입력: 2012-06-21 01:40 / 수정: 2012-06-21 01:40

 

그리스 연정 출범

긴축법안 국민 설득 과제…야당 시리자 반발도 걸림돌


예상대로 그리스 연립정부 구성협상이 타결됐다. 당장 국가부도가 나거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퇴출될 위기는 면했다. 그러나 연정의 앞날은 밝지 않다. 구제금융 조건인 긴축조치 완화를 위한 재협상이 가장 큰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럽연합(EU) 등으로부터 만족할 만한 양보를 얻어내지 못하면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칠 가능성이 크다. 이와 동시에 내년까지 110억유로의 재정지출을 삭감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하는 것도 난항이 예상된다. 지지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는 강한 야당 시리자의 존재도 부담스럽다.

○험난한 재협상 예상

연정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와의 구제금융 재협상이다.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사회당 당수는 “새로 꾸려지는 정부의 가장 중대한 사안은 13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에 대한 재협상팀을 구성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여론도 마찬가지다. 총선 직전 여론조사 결과 그리스인의 74.2%가 연정의 가장 큰 과제로 구제금융 재협상 또는 개정을 꼽았기 때문이다. 구제금융 폐지의견도 24%에 달했다. 긴축조치를 예정대로 이행하면 연금이 줄어들고, 각종 공공서비스도 받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트로이카도 일단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긴축조치에 대한 경계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EU도 긴축조건을 완화해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긴축 완화 방안으로는 구제금융 상환 기한 연장 및 이자 감면, 그리스에 대한 투자 확대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트로이카가 그리스가 원하는 만큼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독일과 유로그룹 등이 긴축이행 시기 연장 등은 가능하지만 구제금융 자체에 대한 재협상에 대해서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제금융 재협상’이라는 선례를 남기면 앞으로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신민주당은 이와 관련, “험난한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협상이 어떻게 될지는 오는 28일, 29일 열리는 EU 유로존 정상회에서 가닥이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강한 야당 시리자도 부담

구제금융 재협상과는 별도로 7월 초까지 긴축 관련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켜야 하는 것도 연정의 부담이다. 신민주당은 긴축 관련 법안들을 통과시켜야 트로이카와의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긴축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것을 보여줬으니 조건을 완화시켜 달라”고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연금 및 의료지출 삭감, 공공부문 인력 및 서비스 감축, 정부 예산 축소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이를 통해 내년 말까지 110억유로의 재정지출을 삭감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지지율 27%를 얻은 강력한 야당 시리자의 존재가 부담이다. 연정 주도로 의회에 긴축안을 상정할 때 시리자는 여론을 등에 업고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칼럼니스트 니코스 콘스탄다라스는 그리스 일간지 카트메리니 기고문에서 “향후 정국은 끝없는 충돌의 연속일 것”이라며 “앞으로 국가 중대사마다 국론 통일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긴축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트로이카와의 협상이 지연될 경우도 국민적 반발이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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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리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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