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경제는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빠른 회복세를 경험했다. 글로벌 경제 위기로 수출이 타격을 입었음에도 불구, 낮은 유가·낮은 원화 가치 등이 한국 경제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430억달러가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냈다. 하지만 이 같은 가격 변수와 대외 환경이 2010년에는 반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0년 한국 경제에 크게 영향을 미칠 세계 경제의 주요 변수 가운데 유가·금값을 포함한 원자재 가격, 그리고 미국 경제와 중국 경제를 부문별로 짚어봤다. UBS,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JP모간의 담당 이코노미스트와 해외 전략가들로부터는 각각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의견을 들었다.
 

국제유가 연평균 85달러대 이를듯

달러 약세로 원자재값 상승 세계경제 회복‐ 수요도 활활
원유 수급상황 빡빡해질 것

프란시스코 블랑시(Blanch) BOA메릴린치 글로벌상품리서치 총괄대표

달러 약세로 인해 2010년에 에너지 가격은 계속 상승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유가가 여러 차례 배럴당 80달러를 뚫었다. 새해 들어서도 유가는 연일 상승세를 보이며 배럴당 8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연평균 유가 배럴당 85달러 수준

유가를 밀어올리는 첫 번째 요인은 느슨한 통화 정책 및 달러 약세다. 막대한 무역 적자와 재정 적자 때문에 미국 경제는 달러 약세를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달러 가치의 하락은 달러로 표시된 상품 가격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두 번째로는 올해 세계 경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강하게 회복되면서 원유 수급 상황이 작년보다 빡빡해질 것이라는 요인도 작용한다.

세계 경제는 2차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로부터 벗어나고 있다. 우리는 올해 세계 경제가 4.3%, 2011년에는 4.5%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올 연말까지 원유 수요는 2008년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WTI(서부텍사스산 원유) 기준으로, 2009년에 배럴당 평균 61.84달러였던 유가가 2010년에는 배럴당 연평균 85.25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장기 전망으로는 2011년에 배럴당 85달러, 2012년에 배럴당 80달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올해 세계 경제는 신흥 시장이 동력 역할을 하면서,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게 될 것이다. 신흥 시장은 2009년에 2% 성장한 데 이어, 올해는 6.1% 성장할 전망이다. 따라서 올해 원유 수요 증가세는 아시아·중동, 그리고 남미 일부 국가들이 이끌어나갈 것이다. 특히 중국·인도 등 아시아가 성장을 이끌어나갈 것으로 본다. 올해 원유 수요 증가가 하루 20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데, 이 가운데 비(非) OECD 국가의 수요가 150만배럴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한다.

역사적으로 유가·금값 동반상승

하지만 유가 상승이 반드시 원유의 수요 공급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유가 상승을 볼 때, 우리는 유가 상승폭의 3분의 1가량은 미국 달러의 급격한 약세로 인해 초래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금값이 유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지난해 말 인도 중앙은행이 IMF로부터 온스당 1045달러에 200t의 금을 매입하는 바람에 금값 상승에 부채질을 했다. 이는 신흥경제의 중앙은행들이 유로화보다 금을 더 선호하게 됐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이 경기 침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돈을 찍어내면 달러 가치가 하락한다. 하지만 유럽을 비롯, G10(주요 10개국 통화) 국가들이 달러 대비 자국 통화의 평가 절상을 기꺼이 용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미국 달러화 평가절하가 영국 파운드화, 유로화 등의 평가절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로 접어들면, 신흥경제의 중앙은행들은 금 등 실물 자산을 보유함으로써 이 경쟁적인 평가 절하의 방어 수단을 마련하려 드는 것이다.

그 결과 달러 약세가 이어지면 금을 비롯, 실물 자산의 가격이 오른다. 신흥경제의 중앙은행들이 금 보유를 늘리는 것 때문에, 올해 금값은 온스당 1500달러를 뚫고 최고치를 경신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유가도 덩달아 급등해 2010년 후반이나 2011년 초반쯤 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뚫고 올라갈 수도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2010년의 유가는, 지난 2008년 당시 배럴당 110달러도 넘어섰던 수준까지 되돌아갈 것 같지는 않다. 우리가 예상한 것 이상으로 수요가 늘어난다 해도, 여전히 공급 여력이 있기 때문에 2008년 수준까지 유가가 급등하기에는 제약 요인이 될 것이다.
 

골드 랠리는 계속될 것

각국 중앙은행 순매수 U턴 온스당 1300달러까진 올라
백금은 공급부족 예상 유망 설탕ㆍ알루미늄 투자 피하길

도미니크 슈나이더( Schnider) UBS웰스매니지먼트 상품시장 총괄대표

지난 2009년 하반기에 국제 금값은 달러 약세와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온스당(금 1온스는 약 31.1g) 1000달러를 돌파했다. 이후에도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이전의 금 매도 추세에서 벗어나겠다고 결정한 것에 영향받아 추가 랠리가 계속되면서 지난해 12월 초에는 온스당 1220달러 이상으로 치솟기도 했다.

이후 금값은 조정을 겪기 시작했다. 12월 초 며칠 새 온스당 1225달러에서부터 1120달러 수준까지 빠르게 하락한 뒤 보합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것으로 금값 랠리 추세가 꺾였다고 보지는 않는다. 향후 몇 분기 동안 금 가격 랠리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블룸버그뉴스

■금값 두자릿수 수익률 힘들 것

2010년에도 금값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지난 몇년간 금을 내다 팔았던 각국 중앙은행들이 한동안은 금 매도를 중단하고, 오히려 금을 순매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본다. 중앙은행들의 이런 움직임은 금 시장의 수요·공급에 큰 변화를 가져와 당분간 공급 감소가 예상된다.

올해 금값은 온스당 1250달러, 높게는 1300달러까지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나 달러 가치 전망을 감안해 보면, 이보다 높은 수준까지 상승하기는 힘들 것이다.

물론 미국 달러의 급격한 약세,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 갑작스러운 위험 회피 성향 등이 부각되면 금값이 일시적으로 온스당 1500달러까지도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온스당 2000달러 주장 비현실적

앞으로 10년 내에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 이상 갈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너무 공격적인 시각이므로 투자자들이 그런 정도의 기대를 가지고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장기적으로 금값은 금광의 생산성과 미국 인플레이션에 크게 영향받을 것이다. 또 신흥 국가들의 실질적인 절상 압력 역시 변수가 될 것이다.

만약 금값이 10년 내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한다면 앞으로 연간 7.5%씩 상승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려면 매년 금광의 생산성이 5%씩(실질 생산성 7.5% 수준) 하락하고 그 결과로 생산 비용이 증가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금광의 생산 환경을 보면 그 정도로 생산성이 떨어지기는 힘들다. 한편으로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금의 실질 가치를 높이는데, 우리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연 4% 이상 오를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현재 금값이 생산 비용에 비해 30% 이상의 프리미엄에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가격 상승률이 실현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가령 향후 10년간 미국 물가가 연평균 2.5%씩 오르고, 금광의 생산성이 연간 2% 정도씩 떨어진다고 가정하면 금값은 온스당 1600달러 정도로 예상된다. 만약 금값이 2000달러까지 치솟으려면 다른 자산 가격도 많이 올라야 한다. 하지만 금값만 폭발적으로 오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연간 약 5%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시 말해 올해는 금에 관한 한 두자릿수의 높은 투자 수익률을 기대하기 힘들다.

다른 귀금속 중에는 올 상반기에 백금(白金)의 전망이 가장 좋다. 2009년에는 약간의 공급 과잉이었는데 올해 산업 수요와 보석 수요 증가로 인해 공급 부족으로 바뀔 것이다.

■원자재 가격은 올여름이 꼭지

2010년의 원자재 상품시장은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다른 얼굴을 보일 것이다. 상반기에는 경제 회복세가 지속되면서 원자재 상품 가격도 향후 몇 달간은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경제 성장의 모멘텀이 다소 약화되면서 원자재 상품 가격도 힘을 잃을 것으로 본다. 우리는 2010년 2분기 후반쯤 원자재 상품 시장에 대한 투자를 다소 줄일 계획이다.

따라서 지난해 보았던 원자재 상품의 높은 투자 수익률을 올해 다시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올해 원자재 상품 투자 수익이 작년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2010년 여름 즈음해 가격이 꼭지에 서지 않을까 전망한다.

또한 부문별로 가격이 차별화될 것이다. 상품시장 가운데 2010년 투자 추천 종목을 꼽는다면 우선 원유를 꼽겠다. 곡물 부문에서는 옥수수를 추천한다. 2010년 세계 옥수수 재고량이 2009년 대비 약 15% 정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면화도 마찬가지다. 공급 감소와 섬유 수요 회복으로 면화 가격이 파운드당 90달러 정도까지 오를 수 있다.

기초금속 및 비철금속 부문에서는 알루미늄을 제외하고 대체로 가격이 상승할 것이다. 구리·니켈·아연이 선호 상품이다. 중국의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OECD 국가에서도 수요가 늘어 가격이 추가 상승할 것이다. 그러나 하반기로 접어들면 가격 상승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반면 팔라듐, 알루미늄·설탕·은·천연가스 등에 대한 투자는 올해 가급적 멀리하라고 투자자들에게 조언한다.
 

中 위안화 절상 2분기 유력하다

민간투자·수출 회복세올 GDP 9.5% 성장할 듯
금리도 두차례 인상 전망달러당 6.83→6.5위안 될것

그레이스 응(Grace Ng) JP모간 중국권 선임 이코노미스트

앞으로 몇 분기 동안 중국 경제는 견조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 중국 경제는 2009년 3분기 이후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4분기에도 회복 기조가 이어졌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중국 경제의 회복이 정부 투자로부터 소비를 포함해 민간 투자, 수출의 꾸준한 회복세로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성장 동력이 확대되는 추세는 2010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AP

■올 중국 경제는 9.5% 성장할 듯

2009년에 중국의 GDP 증가율은 8.6%, 2010년에는 9.5%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공공 투자 지출의 증가와 더불어, 민간 투자, 특히 부동산 시장에서의 투자가 2010년 성장을 지탱하는 주요 동인이 될 것이다. 국내 부문에서 민간 소비가 확대되고, 노동 시장 및 가계 수입도 개선될 전망이며, 민간 투자 부문 중에서도 주택 건설에 대한 투자가 눈에 띄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성장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수출도 견조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본다.

중국 경제의 놀라운 회복세와 더불어, 중국 정부가 2008년 후반에 도입했던 주요 경기 부양책을 조기에 종료할 것이라는 우려도 점증해왔다. 하지만 2010년 4분기까지로 예정된 재정 지출 계획이 갑자기 철회되거나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될 경우 2010년의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정부가 단기적으로 통화 정책을 급격히 조정하지도 않을 것으로 본다. 단기적으로는 중앙은행이 과도한 유동성을 흡수하고 자산 가격 버블 및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줄이기 위해 공개시장 조작 방식에 주로 의존할 것으로 본다. 이와 관련, 최근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한 거시 정책에서 조기에 빠져나오는 건 글로벌 경제 회복에 해를 입힐 수 있다"며 "재정 정책과 적절한 통화 정책을 지속하겠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대체로 2010년에 총 대출 목표가 7~8조 위안가량으로 설정된다면, M2(총통화) 증가율은 17%가량 된다. 이 정도라면 2010년에도 대체적으로 경기 회복을 지지하는 확장적 통화 정책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한편 경기 침체의 여파로 2009년에 중국의 소비자물가는 마이너스(-0.6% 추산)를 기록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국제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곡물 값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2010년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8%에 이를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중국 정부가 정책 금리를 0.27%포인트씩 두 차례가량 인상할 것으로 전망한다.

■위안화 절상, 2분기부터 시작될 듯

중국 위안화는 점진적으로 절상될 것이다. 문제는 언제 위안화를 절상하느냐다.

위안화 절상 시기와 관련, 우리 견해로는 수출이 결정적으로 증가세로 돌아서고, 세계 경제가 확실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중국 관료들이 확신하게 될 때쯤인 2010년 2분기 정도에 서서히 시작될 것으로 본다. 그 결과, 2009년에 1달러당 평균 6.83위안이던 위안화 환율이 오는 2010년 말까지 달러 대비 6.5위안 수준으로 절상될 것으로 본다.

지난 2005년의 위안화 조정 경험을 보면, 중국은 수출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당시 중국 경제는 수출이 활황을 보였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05~2007년 시기에 GDP 증가율 가운데 순수출이 기여한 몫은 2.4%포인트에 달했다.

반면 2009년 1~9월까지를 보면, GDP 증가율에서 순수출이 기여한 몫은 마이너스 3.5%였다. 정책 결정자들 입장에서 보자면 아직도 수출 부문이 경제 회복의 가장 약한 고리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중국의 수출도 회복돼 2010년에는 순수출이 GDP 증가율에 기여하는 몫이 0.2%포인트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순수출 기여도가 플러스로 돌아서야만, 위안화의 점진적인 절상도 가능해질 것이다.

글로벌 불균형과 관련해서도 최근 미국 경제가 과소비 패턴을 점차 조정하면서,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글로벌 재균형(global rebalancing)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실제로 2008년 후반기 이후 부진한 해외 수요로 인해 중국의 수출은 둔화된 반면,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부양책으로 인해 투자 붐이 불면서 중국의 수입은 늘어났다. 이로 인해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2009년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다. 경상수지 흑자가 감소하기는 5년 만에 처음이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서 2008년에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4049억달러)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4%에 달하던 것이 2010년에는 6.1%(3355억달러 전망)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美 금리인상 해봐야 하반기

高실업률·低경제성장 지속저금리 정책 계속 고수할 듯
출구전략 타이밍 놓칠 땐새로운 버블 형성 우려 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글로벌 금융위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면서 출구전략을 단행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출구전략은 비상적인 조치의 원상회복을 의미하는 말로, 넓게는 금융과 재정 양 부분의 원상회복을 의미하지만, 좁게는 금리 인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 금리 인상, 하반기에나 있을 듯

미 연준은 광의의 출구전략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 금융기관에 대한 유동성 공급과 단기 금융시장에 대한 지원 규모를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12월 말 현재 미 연준의 금융기관 유동성 공급 규모와 단기금융시장 지원 자금 규모가 2008년 말 고점 대비 99.0% 회수됐다.

그러나 장기 금융시장에 대한 자금 지원 규모는 줄이지 않고 있고, 정책 금리도 인상하지 않고 있다. 출구전략의 핵심인 금리 인상은 빨라야 2010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는 미약한 경제 회복, 낮은 인플레이션 압력, 높은 실업률, 지속되는 신용 경색 등 경제 펀더멘털이 금리 인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연준은 단기유동성 자금 공급의 기한이 만료되는 2010년 1분기 이후에 연준 자산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거나 대규모 초과 지급 준비금을 점차 흡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과정에서, 혹은 그 이후에 정책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본다.

미 연준 관계자들도 금리 인상 시기가 늦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4일 엘리자베스 듀크 연준 이사는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는 경제 성장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낮은 데다, 실업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가계와 중소기업은 신용 확보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어 향후 상당 기간 저금리 정책을 지속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3일에는 버냉키 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보다는 규제 강화가 더 우선임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과거 미국의 금리 인상 사례를 봐도 미 연준이 금리를 빨리 인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초반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은 IT 버블 붕괴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크게 금리를 내렸었고, 미국은 정책금리를 연 6.5%에서 1%로 5.5%포인트나 인하했다.

그러던 것이 2003년 3월 이라크 전쟁의 조기 종결 이후 미국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기 시작하고, 2003년 3분기 이후 회복세가 가시화되자 금리 인상론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연준은 고용지표가 더디게 개선되고 물가상승률이 낮다는 점을 들어 금리 인상을 미뤘다. 2004년 3월 이후 유가가 크게 상승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며, 고용지표가 크게 개선되자 2004년 6월 말에야 미 연준은 정책금리를 1.25%로 0.25%포인트 올렸다.

■금리 인상 지연에 새 버블 가능성

향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는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으로 인한 더블딥 가능성보다는, 뒤늦은 출구전략으로 인한 새로운 거품의 형성과 조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우선, 미국의 금리 인상 지연으로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확대되는 등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 유동성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풍부한 달러 유동성이 지역적으로는 비(非) 달러 통화지역, 특히 경기 회복세가 빠른 신흥시장, 상품별로는 원자재 시장으로 몰려 일부 지역과 시장에서는 새로운 거품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2005년 이후의 거품 형성에 비하면 그 강도는 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3.00%→3.75%), 이스라엘(0.50%→1.25%), 노르웨이(1.25%→1.50%)가 금리 인상을 시작하는 등 일부 국가들이 이미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과거와 같은 무분별한 차입과 위험자산 투자가 성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의 금리 인상 지연으로 달러 유동성 공급이 확대되면서 달러는 약세를 보일 것이다. 실제로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발생하기 시작한 2009년 들어 달러화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2009년 말 미국 달러화 지수는 2009년 3월 초에 비해 13.2% 하락했다.

그러나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감이 고조되거나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경우, 거품이 조정을 보임과 동시에 일시적인 달러 강세가 나타날 것이다. 중국 등 국제사회가 금리 인상 대열에 동시에 참여할 경우 거품 조정의 충격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하지만 달러는 일시적으로 강세를 보였다가 정작 금리 인상이 단행된 이후부터는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과거 2004년 금리 인상 때도 그랬다. 2004년 1월 이후 미국 경제의 회복으로 인한 금리 인상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달러화가 5월까지 강세를 보이다가, 정작 2004년 6월 금리 인상이 단행된 이후 약세로 반전됐다. 금리가 인상되고 나면 금리 인상의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달러화 가치가 쌍둥이 적자, 그리고 달러화 신인도 등 경제 펀더멘털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신고
Posted by 다리우스ⓡ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