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 STX그룹의 가나 국민주택사업] 가나 정부, 지난 8월 우리 외교부에 ‘STX 사실상 퇴출’ 통보

[신동아]

지난 1월27일, STX그룹은 아프리카 가나 수도 아크라에 위치한 가나경찰학교에서 국민주택건설 1단계 사업 기공식을 열었다. 삽으로 흙을 뜨고 있는 존 아타 밀스 가나 대통령을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이희범 STX에너지·중공업 회장(왼쪽)이 지켜보고 있다.

2009년 12월8일, 국토해양부는 ‘해외건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본격 진출’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STX그룹이 아프리카 가나에서 주택 20만호(약 100억달러) 건설 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었다. 보도자료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2009년) 12월9일, STX그룹 강덕수 회장과 가나 수자원주택부 장관 및 가나 주택은행장 간에 주택 20만호 건설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 계약이 체결된다. 주택 20만호 건설의 총 사업비는 100억달러로 이 중 가나 정부에서 9만호를 인수하고, 나머지 11만호는 가나 주택은행의 자금 지원으로 일반 국민에게 공급될 예정이다.”

이 사업에는 현 정부 실세였던 박영준 당시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 깊이 간여한 것으로 처음부터 홍보됐다. 박 전 국무차장은 2009년 여름, 이 사업을 처음 STX그룹에 제안했고 가나를 방문해 사업을 추진해온 당사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미스터 아프리카’로 불린 박 전 국무차장의 중요한 해외자원외교 성과로 소개돼왔다. 국토해양부가 2009년 낸 보도자료에는 이 사업과 관련된 박 전 국무차장의 역할이 다음과 같이 소개돼 있다.

“지난 8월 박영준 국무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정부 대표단이 가나를 방문해 수자원주택부 장관을 면담하고, 우리나라의 주택건설 역량을 적극 홍보한 결과 우리 업체가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0월 지식경제부가 민주당 김진표 의원실에 제출한 ‘박영준 (지식경제부) 2차관의 국무차장 재임시절 자원외교 세부 활동 내역’에도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

“가나에서는 STX의 주택 20만호 건설사업 등 인프라사업을 발굴했고 이 사업은 100억달러 규모로 가나 국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1월27일에는 가나 현지에서 이 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기공식이 열렸다. 기공식에는 존 아타 밀스 가나 대통령,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이희범 STX에너지·중공업 회장, 박임동 STX건설 대표, 이상학 주(駐) 가나 한국대사와 지역주민 500여 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기공식까지 열었던 이 사업이 요즘 말썽을 빚고 있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STX그룹과 가나 현지 기업(GKA) 간에 소송이 난무하고 사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가나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고위인사들이 참여하는 중재위원회까지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국회 비준까지 받아 시작된 대형 건설 프로젝트에서 왜 잡음이 일고 있는 걸까. 대체 그동안 이 사업은 어떻게 진행돼온 것일까. 먼저 이 사업의 그간 경과를 보도록 하자.

알려지지 않았던 외교부 역할

외부에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20만호 가나 국민주택사업은 애초 가나 주재 한국대사관과 외교통상부가 가나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이뤄낸 사업이다. 이 사업이 처음 시작될 당시 가나대사였던 이상학(51) 대사가 외교통상부의 지시를 받아 사업을 추진했다. 외교통상부, STX, 가나 현지 기업 등에 따르면, 이 사업과 관련해 박영준 전 국무차장의 역할은 거의 없었다.

올해 2월, 이 대사는 국무총리가 참석한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가나 국민주택사업의 경과와 성과를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이 대사가 만들어 배포한 내부 보고자료에 따르면, 2009년 8월18일 가나 주택부 장관이 이 대사를 면담한 자리에서 처음으로 공안공무원용 주택 2만호 건설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돼 있다. 가나 정부가 갑자기 주택건설을 추진한 이유는 바로 석유 때문이었다. 2010년 말 본격적인 석유 상업생산을 앞둔 가나 정부가 부랴부랴 공안공무원을 위한 관사를 짓기로 결정한 것이다. 가나는 법적으로 공안공무원을 채용하면 관사를 제공하도록 돼 있다. 게다가 2012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주택문제 해소는 가나 정부의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였다.

이 대사는 가나 측의 제안을 받은 직후인 2009년 8월24일, 가나를 방문한 박영준 당시 국무차장에게 이러한 내용을 전달했고, 가나 정부 관계자(부통령 및 주택부 장관)는 박 전 국무차장에게 양해각서 (MOU) 체결을 제의했다. 이후 가나 정부의 2만호 제안은 한국대사관과 가나 정부 간의 협상과정에서 20만호(국영주택 9만호, 일반상업주택 11만호) 사업으로 규모가 커졌다. 지난 9월 국내로 복귀한 이 대사는 최근 ‘신동아’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STX그룹에 가나 국민주택사업을 제안했던 박영준 전 국무차장.

“가나 측 요구만으로는 경제성을 맞출 수 없었다. 우리가 상업물량이 대거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가나 정부도 이에 공감했다. 협상안이 마련된 뒤 마침 석유·가스 개발 사업을 위해 가나를 방문한 강덕수 STX 회장에게 이 사업을 설명하고 참여의사를 타진했다. 강 회장은 이미 서울에서 박영준 당시 국무차장으로부터 이 사업에 대해 간단한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후 대사관 측과 가나 정부가 협상하는 과정에서 토지를 가나 정부가 무상으로 제공하고, 반입되는 건설자재에 대해서는 세금을 면제해주는 등의 추가 합의가 이뤄졌다.”

그해 11월17일, STX건설 김국현 사장은 가나를 방문해 가나 기업인 GKA(GK Airports Company Limited, 대표:B.K.아사모아)와 합작법인인 STX E·C Ghana를 설립하고 가나 정부와 동 사업 추진에 합의하는 MOU를 체결했다. GKA는 이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가나 정부가 추천한 현지기업이었다. 2009년 11월15일 맺은 것으로 돼 있는 합작계약서(Joint Venture Agreement)에는 STX와 GKA 두 기업의 역할이 다음과 같이 규정돼 있다.

“GKA는 가나 정부와의 협상(negotiation, meeting, consultation) 등에서 합작사를 대표한다. 각종 인허가와 관련된 업무를 책임진다. 프로젝트 수행에서 자금조달을 위한 필요서류를 제공하고 합작사업에 대한 마케팅을 책임진다. STX는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기술·설계·시공·전문성을 제공한다.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금융문제를 책임지며,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운영한다. 가나 정부와의 협상에도 참여한다.”

양 기업은 이러한 각자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각자의 지분을 67%(STX)와 33%(GKA)로 정했다. 양측이 지는 의무사항의 비중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가나 대통령은 그해 12월2일 이 사업을 최종 승인했다.

특기할 점은 총 20만호 중 9만호(45%)를 가나 정부가 매입해주기로 한 것이다.(off-taker) 이 계약으로 인해 STX E·C 가나는 보다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20만호에는 가나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위한 빌라 300채도 포함됐다. 2010년 8월3일, 가나 국회는 본회의와 상임위를 세 차례나 오가는 줄다리기 끝에 이 사업을 최종 승인했다. STX E·C 가나와 가나 정부는, 2010년 12월14일 20만호 국민주택사업 중 1단계 사업으로 공안공무원용 아파트 3만호를 먼저 짓기로 하고 첫 본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올해 1월27일 기공식을 개최했다.

그러나 이미 1차 본계약이 맺어진 직후부터 합작사 간 갈등이 시작됐다. GKA와 가나 정부, 우리 외교통상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STX는 가나 정부의 보증을 받아 프로젝트 금융(PF)을 조달하기로 돼 있었는데, 본계약을 체결한 직후부터 국회가 승인한 계약조건에 불만을 표시하며 새로운 조건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국회에서 의결된 이자율 2%로는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 의회에서 현실성 있는 이자율(9.5%)로 다시 통과시켜줘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논란이 된 ‘경영진 협약’

참고로, 지난해 8월 가나 국회는 이 사업을 승인하면서 공급자인 STX가 3만호 주택건설 사업을 위한 자금을 조달할 때 국회가 승인한 몇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STX가 국제금융시장에서 2% 이하의 이자율로 자금을 빌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STX 측은 “현재 가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통제를 받고 있어서 고금리로 돈을 빌려올 수 없다. 국회가 허용할 수 있는 최대 이자율이 아마 2% 정도였던 것 같다. 그러나 그 정도 이자율로는 어디에서도 자금을 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STX E·C 가나의 대표인 B.K.아사모아는 ‘신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STX의 주장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불가능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자율에 대한 논란이 진행되던 중 합작사는 서울에서 이사회와 대표자 회의를 갖는다. 2010년 12월28~29일의 일이었다. 그리고 이 회의에서 STX와 GKA는 최초의 합작계약과는 별도로 ‘경영진 협약(Heads of Agreement)’이라는 걸 체결했다. 계약의 핵심 내용은 “그동안 STX의 독점적 의무사항으로 돼 있던 금융조달 업무를 두 기업이 모두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다만 금융조달과 관련된 모든 사항은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참고로, STX E·C 가나의 이사회는 각자의 지분에 따라 STX 측 4명, GKA 측 2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 협약은 이후 두 기업이 갈등을 겪는데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 ‘단순한 선의였다’는 STX의 주장과 ‘STX가 의무와 권리를 포기한 증거’라는 GKA 측의 주장이 맞섰다. GKA 측은 ‘경영진 협약’이 맺어진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STX가 자사의 독점적 의무사항인 금융조달에 실패한 결과로 맺어진 계약이다. 이 조약으로 GKA도 금융조달을 할 수 있게 됐는데, STX도 이에 동의했다. 이로써 합작기업 내 권리, 의무 관계에 변화가 생겼다.”

반면 STX 측은 이 경영진 협약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눈치다. STX 측은 이 문제에 대해 “단순한 선의로, 공동 사업자(GKA)도 금융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한 것이다. STX가 금융조달에 자신이 없어서 맺은 것은 결코 아니다. 더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에서 맺은 계약이다. 그러나 이 계약도 두 기업이 최초 맺은 계약과 같이 법적인 효력을 갖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2010년 3월3일, 이명박 대통령은 존 드라마니 마하마 가나 부통령을 접견해 경제협력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GKA 측은 이 계약이 체결된 것을 근거로 “금융조달 문제는 이번 사업에서 가장 중요하다. STX가 67%의 지분을 받은 것은 바로 이 문제를 책임진다는 조건 때문이었다. 그러나 STX는 자금조달에 실패했고 경영진 협약을 맺으면서 자신의 독점적 의무와 권리를 상실했다. 당연히 GKA와 STX 간의 지분문제는 다시 논의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한다. 사업의 진행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상학 전 가나 대사도 “이런 계약이 체결됐다는 걸 얼마 전에야 알았다. 개인적으로 STX의 가장 큰 실수 중 하나가 바로 경영진 협약을 맺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로써 STX는 사실상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포기했다. STX가 자신의 지분을 주장할 근거가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이미 이런 생각을 STX 측에도 충분히 전했다”고 말했다.

하여튼 STX와 GKA는 줄곧 갈등을 빚었다. STX는 “올해 초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이사회를 한 것처럼 조작해 양사의 지분을 조작했다. 적법한 절차 없이 임의로 이사를 임명했으며 법인 이사의 서명을 위조해 독단적으로 SPC(특수목적법인)를 설립했다”는 등의 이유로 STX E·C 가나의 대표인 B.K.아사모아를 고소했다. 아사모아는 STX가 자신의 대표이사직을 해임하기 위해 이사회 개최를 준비하자 “이사회를 못 열게 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아사모아는 “가나 정부와 의회가 승인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하면서 내가 서류를 위조했다는 STX의 주장은 황당하다. 가나법에 따라 이사회를 열고 의결한 사항이다”라고 주장했다.

가나 정부, 중재위원회 열어

실제 STX의 주장처럼, 아사모아는 STX와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이사회를 개최해 67(STX) : 33(GKA)이던 두 회사의 지분관계를 지난 2월 말 10(STX) : 90(GKA)으로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아가 아사모아는 지난 5월 초 STX가 아사모아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GKA 측에 합작파기를 선언하자, 이를 근거로 STX의 나머지 지분(10%)마저 아예 몰수하고 GKA를 STX E·C 가나의 단독주주라고 가나 법인등기처에 등록했다. 이때부터 GKA는 사실상 합작법인의 단독주주로 활동하며 금융기관과 금융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STX는 이를 불법적인 경영활동으로 규정하고 여러 금융기관에 “아사모아는 더 이상 STX E·C 가나의 대표가 아니기 때문에 그와 금융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현재 양측은 여러 건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STX는 아사모아의 개인 비리를 고발하는 민·형사 소송을 4건이나 제기했다. 이 소송은 현재 가나법원이 “소송의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기한 연기시켜 진행은 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가나 현지에서는 “현실적으로 STX가 이 소송에서 이겨 다시 67%의 지분을 찾아오기는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외교부 관계자도 “우리가 파악하기로는 STX가 제기한 소송은 이기기 어렵다. 일단 소송이 무기 연기된 상태여서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 반면 GKA 측에서 제기한 가처분소송은 현재 2차 심리가 진행됐다는 현지 언론보도도 있었다.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STX 측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STX의 한 관계자는 “소송에서 이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긴다고 해도 8~10년이 걸리는 소송이다. 그래서 소송이 아닌 정부와의 협상으로 문제를 풀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소송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현실적으로 STX는 이 사업과 관련해 아무런 역할을 할 법적 근거가 없게 된다. 일단 아사모아 측이 지분을 몰수한 상태여서 법적으로는 지분도 전혀 없다. 법적으로는 사업주체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사업의 키를 쥐고 있는 가나 정부의 입장은 뭘까. 현지 사정에 정통한 사람들은 “가나 정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이 사업의 성패도, STX의 역할도 결정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나 정부는 GKA와 STX 측이 갈등을 빚은 지난 5~6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재위원회를 구성했다. 부통령, 주택부 장관, 재무부 장관, 통신부 장관, 법무부 장관 등 가나 정부 고위관료가 총 망라된 위원회였다. 첫 회의는 6월1일 열렸고 9월까지 총 5~6회 회의가 이어졌다.

STX와 GKA, 외교부 측의 얘기를 종합하면, 그동안의 회의에서 가나 정부 관계자들은 주로 “STX가 이 사업에서 손을 뗄 의향이 있는지”(6월1일 회의), “아사모아를 해임할 수도 있다. 합작사 간 원만하게 일을 처리하라”(6월7일 회의), “STX는 금융조달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만약 아사모아가 금융조달에 성공하면 STX의 지분을 넘겨줄 의향이 있는가”(8월30일 회의) 같은 얘기가 오갔다. STX와 GKA 측이 작성한 당시 회의 문건을 일일이 확인한 결과, 가나 정부 관계자들은 특히 조속히 금융문제가 해결돼 사업이 시작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상당수 가나 정부 관계자가 STX의 금융조달 능력과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STX는 위원회에 참석할 때마다 시종일관 “합작사 CEO인 아사모아와 GKA 관련자들을 이 사업에서 완전히 배제하고 가나 정부가 GKA의 지분 33%를 다른 가나인에게 주어 사업을 진행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반면 GKA는 “STX와 여전히 사업을 할 의사가 있다. GKA 자체적으로 금융문제 조달에 성공했다. 이사회 회의록을 조작하지 않았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가나의 공식입장 나왔다”

‘신동아’는 이 사업과 관련된 문제를 취재하던 중, 중재회의가 진행되던 8월24~25일 가나 정부 관계자들이 한국대사관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가나 정부의 공식입장을 전달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나대사였던 이상학 대사가 9월 초 국내 복귀를 앞두고 가나 주택부 장관과 부통령 등을 잇달아 만난 자리에서였다. 이 대사는 가나 정부 관계자와의 면담에서 나온 내용을 정리해 외교부로 보냈고, STX 측 관계자를 불러 가나 정부의 공식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사는 ‘신동아’ 인터뷰에서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

▼ 부통령과 주택부 장관에게 들었나?

“맞다. 찾아가 인사하는 자리였다.”

▼ 가나 정부의 공식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

“내게 분명히 가나 정부의 공식입장이라고 했다. 그리고 STX 측에도 그렇게 전했다.”

▼ 어떤 내용인가.

“주택부 장관이 ‘어제(8월24일) 부통령 주재의 회의에서 가나 정부의 입장을 결정했다’고 했다. 그는 가나 정부가 자체적으로 자금문제를 해결했고 9월 초에 1차로 돈이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정부 측이 대주주 지분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 STX가 금융조달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애초 약속한 지분을 줄 수 없으며 지분을 준다고 해도 10% 이하일 것이라고 했다. 또 STX가 9%대의 이자율을 보장해줘야 자금을 구할 수 있다고 요청한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 주택부 장관, 부통령 모두 같은 얘기였나?

“그렇다. 이들 모두 가나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가나 정부의 입장에 대해 STX가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정리해서 알려달라고 했다. 핵심은 가나가 자체적으로 자금을 구했다는 것, 따라서 STX에 (애초에 약속된) 지분을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것을 ‘STX가 이 사업에서 손을 떼고 가나를 떠나는 게 좋겠다’는 일종의 통보로 받아들였다. 이 내용은 모두 본부(외교통상부)에 보고됐다.”

▼ 가나 정부가 자체적으로 금융을 조달했다는 증거를 제시했나?

“정확한 얘기는 못 들었다. 현실화되고 있다는 느낌은 받았다. 그러나 증거자료를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그래서 100% 믿지는 않는다.”

▼ STX 측은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였나.

“아무런 입장을 전해오지 않았다.”

이에 대해 STX 측은 “당시 이 대사가 들은 얘기를 가나 정부의 공식입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가나 정부의 입장이 결정된 것이라면, 이후에는 중재회의가 열릴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이 대사의 설명 이후인 8월29~30일에도 중재회의는 열렸다. 지난 5월26일 STX는 한 국제금융기관에서 사업제안서(Proposal)를 이미 받았다. 가나 정부 측과도 대화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STX 측의 주장과는 달리 이 대사에게 부통령 등 가나 정부 관계자가 ‘공식입장’을 전달한 이후 중재회의 내용을 보면 다소 뉘앙스가 다르다. 금융문제를 책임지기로 했던 STX 측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경우 지분(67%)을 인정할 수 없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9월1일 열린 중재회의 내용 중 일부다.(G는 가나 정부 관계자, S는 STX 그룹 관계자)

G : STX가 67% 지분을 갖는 근거는 무엇인가?

S : 그렇게 합의, 계약돼 있다.

G : 그 근거는 무엇인가?

S : STX가 가진 기술과 경영노하우로 이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G : 그런데 왜 6개월이 지나도록 프로젝트가 진행되지 않고 있나?

S : 금융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G : STX가 금융을 조달할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금융을 가져오지 않는다고 해도 67% 지분을 STX에 주어야 하는가?

S : 그 부분은 내가 대답할 성질이 아니다 ….

G : 솔직히 말해 며칠 전 금융기관이 내 사무실을 방문해 MT 799 · 760 를 사용해 1.75% 대출을 제안했다.

S : 그런 제안을 많이 보았으며 클로징(closing)된 것을 보지 못했다. 좋은 조건이면 진행하기 바란다.

STX 직원들, 불법체류자 될 수도

제기된 문제점 외에도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정부와 민간 관계자들은 STX가 가나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인이라면 누구나 등록을 해야 하는 GIPC(가나 투자진흥청)에도 등록하지 않은 것 등은 큰 실수라고 지적한다. GIPC 등록이 되지 않으면, 취업비자를 받을 수 없어 근로자들이 불법 체류자 신세가 될 수 있고 사업상 오가는 금융거래에서 정상적인 입출금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STX와 GKA는 2년 가까이 사업을 하면서 주주의 권리 의무를 명시하는 주주정관(Shareholder Agreement)도 체결하지 않았다고 GKA와 외교부 측은 전했다. 이에 대해 이 대사는 “2009년 처음 이 사업을 만들어 STX그룹에 넘긴 뒤로 대사관은 자연스레 이 사업에서 손을 뗐다. STX 측도 대사관에 사업 진행 상황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5~6월쯤 사업이 어렵게 된 뒤 STX 측에서 내게 도움을 요청해왔다. 그런데 그동안의 진행상황을 확인하다보니 이상한 점이 많았다. 투자사업의 기본이랄 수 있는 GIPC 등록도 되어 있지 않았고 주주정관도 없었다. 아사모아가 합작사의 지분을 몰래 바꿔놓은 사실도 STX 측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내가 생각할 때 GIPC에 등록할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 왜 안 했는지 궁금했다. 하여간 이런 문제가 현재 STX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STX 측은 “GIPC 등록을 위해 여러 차례 STX E·C 가나 대표인 아사모아에게 요청했지만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사모아 측은 이 문제에 대한 질문에 “STX의 가장 큰 의무는 금융을 조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STX는 금융조달에 대해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STX가 합작사의 중요한 의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GIPC 등록을 포함한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B.K. 아사모아는 ‘신동아’ 취재가 막바지에 다다른 지난 11월12일 다음과 같은 주장도 전했다.

“STX는 현재 아크라(가나의 수도)에 있는 사무실을 폐쇄했으며 직원을 한국으로 보냈다. 남아있는 STX 직원들은 아크라에 있는 STX의 자산을 팔기 시작했다. STX는 이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STX에 줄 보상금 수준이 곧 결정될 것이다. 800만달러 정도로 예상한다.”

STX 측은 이러한 아사모아의 주장에 대해 “다시 강조하지만, 가나 정부의 국가신인도 등을 고려할 때 2% 이자율로 수십억달러를 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GKA가 자금을 조달했다고 주장하는데, 단 한 번도 구했다는 증거를 제시한 적은 없다. 우리는 그를 믿지 못한다. 현재 STX는 가나 정부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보상금을 받고 STX가 가나 사업에서 전면 철수한다는 것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가나 정부 측에서 STX 측에 ‘그동안 얼마나 돈을 썼나’ 등을 물어온 적이 있는데, 그때 ‘800만달러 정도 썼다’고 얘기했었다. 그게 와전된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상진 기자│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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